Diary

산책과 추억

inaba17854 2023. 4. 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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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산책했다는 표현이 맞겠구먼.

어제는 오래간만에 친구랑 만나서 산책을 하기로 했는데, 날씨가 아주 어두침침하고 비도 오고 좋았다 ㅋ

거의 8년 만인가? 내가 살던 때에는 주야장천 공사하고 있었는데,,요 몇 년 사이에 엄청 정비가 잘 됐고, ,,

예전 역 건물을 재현해서 자료관처럼도 만들어져 있었다.

후지미도오리, 이 길을 쭉 10분? 정도 걸어가면 내가 살던 집이 있다. 가보려고 했는데 추워서 관뒀다. 

서점도 여전히 있었다. 사실 텍스트는 학교 아니면 아마존에서 샀던 기억이 있고 여기에서는 잡지나 소설, 연말에 신년용 다이어리를 많이 샀다. 가끔 들어가서 신간을 읽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로 피곤할 때 서점에서 있으면 언제고 기분이 편안해졌던 기억이 있다. 

학교 앞인데, 역 앞에서 쭉 뻗어 나온 대로변 양쪽 편으로 매년 이맘때 벚꽃이 피는 게 정말 장관인데,,다 떨어졌다.

학교 갈 때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곤 했는데 나는 16인치로 작은 자전거를 타는 편이라 스피드가 나지 않는 관계로 이 길을 달리는 게 참 싫었던 기억이 있다. 뒤에서 막 달려오니까 무섭기도 해서 학교 올 때는 다른 루트로 왔었다.

니시캠퍼스에 가보니 벚꽃이 아직 있었다. 

도서관 앞.

6월쯤 되면 오리패밀리가 둥둥 떠 있고는 했는데 그게 정말 좋았다. 올해도 오겠지. 도서관 뒤쪽 연못에는 늘 오리가 있다. 

궁금해져서 가봤더니 어제도 역시 2마리가 있었다.

히가시캠퍼스.

10여 년 전하고 별 다르지 않은 풍경인데, 변함없이 있는 풍경을 다시 보게 돼서 이상하게 편안했다. 

나는 많이 변한 건가.

친구가 생일이니 케이크스러운 건 꼭 먹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가 발견한 카페에서 한 컷.

"잘 먹었습니다."

쿠니타치역 앞 서점이 없어졌다. 역 안에 큰 서점이 들어서있었다. 친구는, "역시 이게 생겨서 없어졌나 보네."문고본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2권. 하나는 작년 연말에, 하나는 올해 2월에 나온 거였다. 바로 샀다.

 

난 무라카미 하루키가 너무 좋다.

아주 예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처음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강의 영상을 봤다.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한 강의였는데 목소리를 처음 듣고 '음... 이런 분이네..'란 생각을 했다.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다만. 근데 정말 마음이 울컥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업시간에 교과서 밑에 숨겨놓고 내내 읽었다. 학창 시절은 지금도 싫은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어서 견뎌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원 때 우리 제미에 게스트로 오신 강사분이 있는데 미국에서 날아오셨다. 수업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밖에서 수다를 떨었는데 이 분도 무라카미 하루키 팬이었다. 미국에서 강의를 들었던 얘기를 해주셨는데, '음.. 그냥 아저씨더라고요 ㅋㅋㅋ 근데 너무 멋있었어요' 란 표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최근 4~5년 사이에 도쿄FM에서 부정기적으로 라디오 DJ를 해서 부들부들 흥분하며 챙겨서 청취했다. (몇 번 놓쳤지만)

너무 좋았는데, 체머리 떨면서 건방떠는 아저씨같은 느낌이 좀 신선했다. 진짜 싫어하는 말투인데 무라카미 하루키만 특별히 허용하기로 했다.ㅋㅋㅋㅋㅋ 

당분간은 저 책들을 읽으면서 교양을 쌓아보자.

 

친구와는 역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사보텐의 유루캬라 '카츠몬' 이 있었다.

https://shinjuku-saboten.com/katsumon/

내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포즈도 취해줬다. 가볍게 목례를 했더니 답례도 해줬다. 매우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10년전은 10년전대로 힘들고, 지금은 지금대로 힘들다.

추억을 산책해도 별다른 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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